[토리요리] 야매 라따뚜이 yum yum :v


스스로를 육식주의자라고 생각하면서 살던 날이 있었다. 그러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익힌 채소의 맛에 눈을 뜨고(생 채소엔 학을 떼고), 어이없게도 가끔씩 채소가 엄청 먹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그런 어는 날 떠오른 '라따뚜이'. 애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에서 레미가 요리평론가에게 만들어주는 요리이다. 그 맛이 항상 궁금했는데 전에 방문했던 신사동 '퀴진 라따뚜이'에서 먹어보니 생각보다 재료도 구하기 쉽고 레시피도 간단한 요리여서 한 번 해먹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마침 와인이 마시고 싶어지는 저녁이었고, 초여름 신선한 제철 채소들이 집에 다 있어서 퇴근길에 곁들여 먹을 바게트빵만 사서 귀가했다.

라타투이[Ratatouille]는 신선한 제철 채소를 가지고 만드는데 가지, 토마토, 피망, 양파, 호박, 마늘 등의 여러 가지 채소와 허브를 넣어 모든 재료를 올리브유에 볶아서 만든다. 재료와 레시피를 보면 정말 간단한 요리(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인 걸 알 수 있다. 이 접근성 높은 레시피와 레미의 라따뚜이를 먹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 평론가를 보면, 라따뚜이는 프랑스인에게 우리의 김치찌개 같은 음식인 건가 싶다.

참고로 원래 라따뚜이는 이렇게 야채를 예쁘게 썰어 겹겹이 쌓아서 만드는 예쁜 요리인 것 같은데,
난 그냥 집에 있는 재료들 뚝딱뚝딱 썰어서 휘리릭 만든, 일명 '야매 라따뚜이'다.


[재료]
홀토마토, 가지, 주키니, 토마토, 마늘, 올리브유, 소금, 후추, 바질(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 홀토마토는 토마토 소스로 대체.
주키니 대신에 애호박. 토마토도 집에 있는 대추토마토로.
새송이버섯이랑 봄양파 사둔 게 있어서 그것도 넣었다.
여기에 고기를 넣기도 하는데 난 베이컨도 있어서 베이컨으로 대체.

[레시피]
홀토마토는 큼직하게 다져 준비하고 가지와 주키니, 토마토, 마늘은 도톰하게 썬다.
달군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볶아 향을 낸 뒤 으깬 홀 토마토를 넣고 끓인 다음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여기에 가지와 주키니, 토마토를 가지런히 둘러 담고 뚜껑을 덮어 끓인다.
채소가 익으면 마무리간을 하고 불을 끈 뒤, 바질잎을 올리고 올리브유를 고루 뿌린다.

사실 채소를 씻어서 썰어 두기만 하면 요리 준비는 끝이다.
추가로 곁들여 먹을 빵을 준비하거나, 파스타로 먹고 싶으면 면을 삶아두면 됨.
개인적으로는 밥에 먹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다. 리조또처럼 밥을 넣고 같이 넣고 조리든지.



괜히 여기다 해야할 것 같아서 르크루제 냄비를 꺼냈다.
냄비가 달궈지면 올리브유에 마늘, 양파를 넣고 볶다가 애호박을 넣었다.



가지랑 버섯이랑 베이컨이랑 토마토랑 때려넣고 볶다가 양파가 투명해질 때쯤 간을 해준다.
괜히 더 맛있어지라고 허브솔트를 사용. 후추도 후추후추.


홀토마토 없으니까 토마토소스, 바질 없으니까 바질페스토.



그리고 10~20분 정도 바글바글 끓여주면 된다.
나는 이때 소스가 좀 짠 것 같아서 물을 좀 넣어줬는데, 채소 자체에서도 물이 나오니 물을 넣을 필요는 없다.



이렇게 완성!
바게트와 치즈빵도 그릴에 살짝 구웠다.



불금이라 기분을 내고 싶어 나름 데코도 해보았다.



곁들인 와인은 로버트 몬다비, 프라이빗 셀렉션 피노 누아. 
근데 피노 누아보다는 가벼운 보르도 블렌딩 쪽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채소고 새콤달콤한 음식이어서 잘 어울릴까 하고 골라봤는데 난 산미+산미는 좀 먹기 힘들다.
피노는 오히려 가벼운 고기나 크리미한 음식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걸 왜 코르크를 다 따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와인은 두 잔(...)만 마시고 음식에만 집중했다.

설탕을 따로 넣지 않았는데도 오래 끓여서 채소의 단맛이 잘 끌어나온 음식이다.
원래 다 좋아하는 재료들이고, 자극이 적은 음식이다 보니 물리지 않고, 빵에 곁들여 먹으니까 쑥쑥 들어간다.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간도 세개 안 했으니 괜히 살도 안 찔 것 같다는 착각을 해보며)
너무나도 취향저격인 요리라 발우공양하듯 바게트빵으로 바닥에 남은 소스까지 싹싹 닦아 먹었다.
원래 차갑게도 따뜻하게도 낼 수 있는 음식이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음 날 먹어도 여전히 맛있었다.

여름이라 신선한 제철채소가 싸다.
엄마가 사둔 르쿠르제 냄비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올 여름엔 라따뚜이를 많이 해먹어야겠다.





덧글

  • 쯔영님 2017/06/12 16:04 # 답글

    오~ 지금딱 땡기는 요리네요! 보고 참고해봐야겟어요 ㅋ 잘보고 가용^^
  • 토리 2017/06/13 09:53 #

    여름에 딱 좋은 요리 같아요! 맛있게 해드세요 +_+
  • 지나가는 2017/06/12 18:17 # 삭제 답글

    반대입니다. 님이 해드신 것이 진짜고 겹겹이는 후대에 파생된 고급형ㅋ
  • 토리 2017/06/13 09:53 #

    오오 감사합니다! 고급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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