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murmur


전날 우리 둘은 오두막 앞에 앉아 있었다. 포도주 한 잔이 돌았을 때, 그가 놀란 듯이 나를 돌아다 보았다.
 「두목, 이 빨간 물이 대체 뭐요? 말해 봐요. 늙은 그루터기에서 가지들이 뻗어요. 거기 처음에 달리는 것은 시큼털털한 구슬 뭉치일 뿐이에요. 시간이 지나고 태양이 이것을 익히면 마침내 꿀처럼 달콤한 물건이 되지요. 이게 포도라고 하는 겁니다. 이 포도를 짓이겨, 우리가 술고래 성 요한의 날 열어 보면, 아! 포도주가 되어 있지 뭡니까.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빨간 물을 마시면, 오, 보라, 간덩이가 몸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하나님께 시비를 겁니다. 두목, 말해 봐요. 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조르바의 말을 들으면서, 세상이 다시 태초의 신선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지겨운 일상사가 우리가 하느님의 손길을 떠나던 최초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었다. 물, 여자, 별, 빵이 신비스러운 원시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태초의 회오리바람이 다시 한 번 대기를 휘젓는 것이었다.


 「아니, 당시은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나는 격분해서 소리쳤다.
 「안 믿지요. 아무것도 안 믿어요. 몇 번이나 얘기해야 알아 듣겠소?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그놈이 유일하게 내가 아는 놈이고, 유일하게 내 수중에 있는 놈이기 때문이오. 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내어요. 나머지야 몽땅 허깨비지.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 거요.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 게요.」
 「저런 이기주의!」내가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어쩔 수 없어요, 두목, 사실이 그러니까. 내가 콩을 먹으면 콩을 말해요. 내가 조르바니까 조르바같이 말하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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